사랑을 다룬 수많은 영화가 있지만 저는 <뜨거운 것이 좋아!>를 정말 좋아해요,
사랑을 다룬 영화이기도 하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영화이기도 하거든요. 고전 영화라고 하는 것이 다소 지금과 다른 관념을 지닌 지점이 많아 섬세하지 못하거나, 옳지 못한 여성관, 사회상을 담고 있을 때도 많지만 <뜨거운 것이 좋아>는 뭐라고 해야 할까. 그런 걸 다 뛰어넘어 사랑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1961년의 이 영화는 당시를 생각하면 꽤 긴 편인 2시간의 러닝타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929년, 금주법이 시행되던 시카고를 배경으로 하는데, 술집의 악단에서 일하는 베이스와 색소폰 연주자인 죠와 제리는 하루살이 같은 인생을 살아요. 번 돈을 경마에 날리고 후회하고, 방값을 내지 못하고 다시 일터로 향하는 삶이죠.
어느 날,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간 죠와 제리는 갑작스레 갱단을 마주하게 됩니다. 금주법의 눈을 피해 술을 팔던 죠와 제리의 일터가 밀고를 당했는데 그 밀고자가 주유소의 직원이었던거죠. 사실을 알고 찾아온 갱단이 주유소에 있는 모두를 총살합니다. 죠와 제리는 겨우 도망쳤지만, 갱단을 다시 마주하면 사살될 것임을 짐작하고 조세핀과 다프네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니까, 여장을 하기로 한 거죠. 그리고 그들은 도피를 위해 금발 여성만 받는 여성 악단에 들어가게 됩니다.
죠와 제리는 갑작스레 여성의 삶을 마주하고 스스로를 비난하기도 하고, 모멸감을 느끼는 경험을 겪기도 해요. 남자일 때는 느끼지 못했던 희롱을 당하고, 추근거림을 당하면서 왜들 그러느냐고 화내는 동시에 스스로도 동료 슈가 케인을 보면서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여기서 오는 이 간극이 영화를 아주 팽팽하게 유지해 나갑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난 여자야… 난 여자라고. 휴, 차라리 죽고 싶군!’하고 말하던 다프네는 백만장자와 사랑에 빠진 후에는 ‘난 남자야… 난 남자라고. 휴, 차라리 죽고 싶군!’하고 말하는 것으로 변합니다. .
Nobody’s perfect. 라는 문장이 이 영화의 가장 마지막 대사인데 한글로는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라고 해석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 화면은 몇 년간 제 노트북의 배경화면이었답니다.
다프네는 오스굿 필딩 3세라는 백만장자에게 끝없는 고백을 받습니다. 이게 고백인 건지, 추행인 건지 싶기도 하지만요. 끊임없이 다프네를 향해 직진하는 오스굿을 향해 다프네는 처음에는 더러운 영감탱이 취급하지만 결국 사랑에 빠지고 말죠. 그러면서 ‘난 남자야… 차라리 죽고 싶군!' 하고 말하게 돼요.
영화의 끝에 다프네와 오스굿은 보트를 타고 떠납니다. 그리고 오스굿은 다프네에게 결혼하자고, 어머니께도 허락을 받았다고 말해요. 이제 다프네는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이상 도망갈 수도, 도망칠 곳도 없으니까요. 웨딩 드레스 이야기에 골격이 다르다고 답하는 다프네에게 오스굿은 그럼 옷을 수선하자고 말해요. 원래 금발도 아니라고 했더니 그건 문제가 아니래요. 애를 평생 낳을 수도 없다는 말에 입양을 하면 된다고,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해요. 무슨 방법으로 돌려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오스굿에게 다프네는 결국 ‘난 남자라고요!’ 하고 말해요. 그리고 그때 오스굿의 답이 바로 “Nobody’s Perfect”예요. 그 말을 듣고 그제야 안심한, 기쁜 얼굴의 다프네로 이 영화는 끝이 납니다.
다프네와 오스굿이 아슬아슬한 썸을 이어 나갈 때 죠세핀(조) 역시 슈가 케인과 썸을 탑니다. 조세핀이자 친구로 지내다 조로 변신했다, 다시 죠세핀이 되었다를 반복하면서요. 조와 제리는 끝없이 거짓말을 하지만, 이 영화의 끝은 모든 진실이 드러났음에도 아무도 파국을 맞이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 순간 이 영화는 행복을 마주합니다.
사실 오스굿에게는 다프네의 성별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저 자신을 사랑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죠. 그리고 그건 다프네에게도 같아 보입니다. 스스로 장벽이라고 생각했던 벽을 넘는 순간에 둘은 서로를 바로 보게 되는 거죠. 결국은 어떤 존재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은 그저 사랑이라는 걸 아무도 완벽하지 않다는 말로 끝맺어버리는 이 영화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