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성 사회라는 말을 저는 굉장히 자주 사용하는 편인데요. 이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의 범주가 너무 각박하다는 생각을 한 후로는 우리 사회를 자주 정상성 사회라고 일컫는 편입니다. 몇 살엔 뭘 하고, 몇 살엔 뭘 하고. 여자는 어쩌고, 남자는 저쩌고. 학벌은 어떻고, 직장은 최소 어쩌고에, 연애는 뭐시기… 보편화된 정상적인 삶의 범주에서 1mm라도 벗어나면 못난, 성공하지 못한, 불안정한, 나쁜, 패배한 삶으로 만들어버리는 사회의 태도를 좀 징그러워하는 편이거든요. 물론 제가 저 정상적인 (몇 살엔 어떤 일을 하여 최소 얼마의 연봉을 받으며 어떤 위치에 올라 있고, 어떠한 연애를 하고 결혼 계획과 자녀 계획과 이러쿵저러쿵) 삶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편이라 저런 강박적인 규범을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하튼 정상성 사회에서 꾸역꾸역 버티던 루미가 드디어 스스로를 인정하며, 스스로의 색깔을 감추지 않기로 결심하는. 그렇기에 영웅이 아니어도 ‘살아남기’를 택한다는 지점이 전 좋았어요. 뭉클하기도 했고요.
그러니까, 오늘의 제목은 영웅이고 나발이고 살아 있어야 한다는 그런 의미로 달아보았습니다. 스스로를 부정하는 영웅은 결코 오래 버틸 수 없어요.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그것 자체가 일종의 영웅적 행위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더불어 저는 겨울왕국2도 퀴어 엘사가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이야기, 라고 극장에서 보면서 생각했었는데요.(지난 주 편지부터 이번 주 편지까지… 이쯤되면 제가 그냥 퀴어-라이팅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Show Yourself의 가사를 보면 너무 그렇지 않나요? 영화 속 내용으로는 스스로가 정령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이 노래 자체는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내용이거든요. 이건 한글 버전보다는 영문 버전이 너무너무나. 라서 영문 가사를 인용하겠습니다.
I have always been a fortress
Cold secrets deep inside
you have secrets, too
but you dot have to hide
show yourself
I’ve never felt so certain
all my life I’ve been torn
but I’m here for a reason
could it be the reason i was born
i have always been so different
normal rules did not apply
show yourself
I’m no longer trembling
here I am
스스로를 가두고 숨겨왔고,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다는 생각으로 살아온 엘사가 드디어 스스로의 정체(성)을 깨닫는 노래라 뭉클하더라고요.
루미도 엘사도 스스로를 인정하는 순간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정상성 사회에서 단절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혼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기자신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죠. 그게 불가능할 때 루미는 목소리를 잃고, 엘사는 불안을 얻습니다. 그 불안은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키죠.
그러니까 다시 한번, 생존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드는거죠. 조이도, 미라도 모두 스스로를 부정할 때, 생존이 위협을 받아요. 스스로를 부정하던 진우는 결국 스스로를 인정한 후에야 드디어 삶다운 삶을 얻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생이 그때부터 다시 시작되는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