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몽땅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cbs에서 제작한 신천지와 이단상담소 8부작 다큐멘터리를 싹 보고, 피디수첩에서 다룬 신천지와 jm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룬 두 종교… 그렇게 타고 타고 가다 <‘굿바이 모르몬(Mormon No More)>이라는 4부작 다큐멘터리까지 닿게 되었답니다.
우리나라에선 몰몬교가 그렇게 세가 넓은 편은 아닌 것 같긴 한데… 세계적으로 보면 꽤 큰 교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후기 성도 교회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영문으로는 LDS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LDS가 몰몬인 것은 아니고 후기 성도 교회의 하나의 분파라고는 하는데… 제가 아는 짧은 지식 내에서 알려드리자면 몰몬교는 율법이 강조되고 정직, 신실, 순결, 출산(많이 할 것) 등이 중시되는 것이 특징이고 당연히 동성애는 금지되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쩝… 좋다는데 어쩔겨, <- 이것이 제가 LGBTQ에 가지고 있는 생각인데… 누가 누구를 좋다고 하는 걸 누가 막을 것인가요? 심지어 막을 수도 없는데… 남을 미워할 시간에 자신의 사랑을 하자! 라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막아지는 것도 아니거니와 막을 자격도 없고. 그게 이해가 안 된다고 암만 주장해 봤자… 이해를 시킬 필요가 있는 일인가 싶고요. 경제도 어려운데 동성혼 다 법제화시켜서 결혼 시장이라도 활성화하고 내수 경제를 살리는 게 훨씬 이롭다는 생각도 하고요. 아무리 막으려고 온갖 애를 쓰더라도 막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시기의 문제일 뿐, 이미 사회적 합의는 어느 정도 도달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굿바이 모르몬>은 결혼하고 출산까지 마친 몰몬교 여성이 또 다른 결혼한 몰몬교 여성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몰몬의 믿음으로 자라왔던 그들은 혼란에 빠지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 살면서 처음으로, 진정으로 느낀 사랑의 감정이라는 것을 깨닫고 결국 원가족을 해체하고 새로운 사람을 택해요. 모태 몰몬 샐리와 개종 몰몬 레나가 탈-몰몬을 택하고 결혼식을 올리는 그 과정을 쫓아가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샐리와 레나는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 자신의 삶에서 경험해 왔던 가정과 남성-여성의 이분법적 성역할이 얼마나 이상한 것인지 깨닫게 돼요. 그것도 아이를 각각 셋, 넷씩 낳은 상태에서요. 자녀를 너무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자유롭게 컸다면 훨씬 일찍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샐리는 성 정체성을 고민할 거란 생각조차 한 번도 하지 못한 채로 살아왔다고 말해요. 그리고 그러한 삶의 태도는 스스로를 학대하는 일이기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하죠.
몰몬교 대학인 브리검영대학에서 졸업생 대표로 발언하다 커밍아웃을 한 맷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스스로에 대해서 털어놓는 순간 공동체에서 배척되고 모든 걸 잃을까봐 두려웠다고 말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누군가를 구하고 싶었다는 말도 합니다. 본인의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고 끙끙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해리 피셔를 보며 느꼈던 마음 때문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커밍아웃했다고 말하기도 하면서요.
그러니까, 누구도 누구에게 사랑을 강요할 수 없는 게 맞는데 말이죠. 내가 남자가 좋다고 한들, 여자가 좋다고 한들… 뭐… 사실 대단히 대단한 일도 아니거니와 그게 누군가의 삶에 아주 큰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이 믿음이라는 것이 너무 많은 사람의 삶을 앗아갑니다.
몰몬교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교회는 동성 간의 끌림과 행위를 구분 짓고 있으며, 행위로 이어지는 순간 죄악이 된다고 해요.
남성에게 본인이 이끌린다는 것을 깨달은 브록은 꾸준히 데이트에 나가고, 이성에게 이끌림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지만, 전혀 그것이 자신에게 효과가 없다는 걸 느낍니다. 발버둥 치고 발버둥 쳐도 자신이 교회에서 말하는 평범한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삶을 관두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신실한 하나님의 자녀로, 교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싶어 노력합니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데이비드 매더슨의 전환 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브록은 스스로 전환 치료를 받으러 떠납니다.
전환 치료라고 하는 것은… 정말 우습고 비극적인 치료인데, 치료를 통해 탈-동성애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진행되는… 치료라고 부르는 학대입니다. 동성에게 이끌리는 것을 ‘극복’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에게 데이비드는 본인도 동성에게 이끌림을 느껴본 적이 있지만 극복해 냈고, 여성과 결혼-출산-양육의 과정을 모두 거치며 ‘평범’해졌다고 말합니다. 약 30회의 치료를 받고 ‘남성성 여행’이라는 캠프도 떠나지만, 당연히 브룩이 치료될 리가 없죠. 치료할 일이 아니니까요.
데이빗은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서 고백해요. 자신은 여전히 동성에게 끌림을 느낀다고. 자신은 전혀 ‘극복’되지 않았다고요. 30여 년이 넘도록 결혼 생활을 했지만, 결코 자신의 이끌림을 무시할 수 없었다며 데이빗은 결국 50대가 넘어서 이혼하고 공식적으로 커밍아웃합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5년 간 ‘전환치료’를 이끌었죠. 뒤늦게 자신도 후회한다고 말하지만, 그의 가르침 속에서 스스로를 의심하고 전환되지 못한 자신을 미워하며 살아온 수많은 브룩들이 있겠죠. 그 미움 속에서 스스로를 망가뜨리거나, 세상을 뜬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요? 데이빗의 가르침이 아직도 문득문득 떠올라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룩은 그를 용서하기로 선택합니다. 여전히 자신은 하나님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과 같은 사람들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그들을 구해야 한다고 말하면서요.
<굿바이 모르몬>은 몰몬교 내의 다양한 LGBTQ가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탈-몰몬을 택하게 되었는지. 그런 과정들을 샐리와 레나의 결혼으로 향하는 길을 통해 보여줍니다. 자녀가 동성혼을 택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행복을 응원하지만, 여전히 십일조를 하는 가족에게 샐리는 말합니다. 차별에 기여하는 단체에 가족이 십일조를 한다는 걸 믿을 수 없다고요. 어떻게 생각하든 결국 교회를 꾸준히 간다는 것 자체가 성 소수자 공동체를 깎아내리는 것에 동의한다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진다고요.
샐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몰몬을 믿어온 그녀의 가족은 계속해서 혼란스러워해요. 딸이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딸은 죄악을 저지르고 있잖아요. 만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게 죄악은 아닌 것 같긴 한데… 몰몬이라는 이 믿음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는 삶에서 너무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안에서 얻는 평온은 무시할 수 없는 정도니까요. 가족들은 계속해서 혼란해하지만 결국 믿음보다 중요한 건 그들의 딸이 사랑하는 사람이 여자라는 진실에 도달해요. 그리고 그들은 정말로 행복해하고 있다는 걸 보게 되죠.
종교적 믿음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직시하는 순간 그들은 믿음도 막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결국은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고요. 저는 종교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서 그 믿음이 얼마나 큰 것인지, 얼마나 무너지기 힘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가족들이 한 선택 역시 아주 힘든 선택이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평생을 믿어왔던 것이 무너지는 것은 잘은 모르지만 분명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요.
하지만 믿음에도 불구하고, 믿음도 막을 수 없는 진실을 들여다볼 때가 되었습니다.
종로에서, 광화문에서 수없이 행진을 한 지난날들 저는 퀴어퍼레이드를 자주 생각했어요.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혹은 힐끗대는 시선 속에서 그 길을 걸었던 몇 년 전의 하루를요. 사람들은 이들을 ‘퀴어’(이상한)라고 말하지만, 도로를 행진하는 행진 차량 위 퀴어들과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은 다 아주 행복하게 웃었어요. 누가 뭐라고 손짓하든. 누구도 사랑을 막을 수 없다는 걸 행진하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사랑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은 결코 유효하지 않을 겁니다. 막을 수 없으니까요. 이상하다는 뜻의 멸칭으로 부르던 퀴어라는 단어는 이제 이들을 일컫는 일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이상하다고 부르면 겁먹을 것이라 믿었겠지만 그들은 그 믿음에 굴하지 않고 사랑을 외치기로 했거든요.
이번 광장에서는 아주 많은 퀴어들을 만났습니다. 무대 위에 올라서 스스로를 게이, 레즈비언, 논바이너리, 트렌스젠더, 시스젠더 등등으로 설명한 수많은 사람이 있었어요. 그들은 우리와 아주 다른 곳에 살고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졌던 사람들의 믿음이 조금은 깨어진 순간이 아니었을까요?
이제 믿음도 막을 수 없는 세상으로 결코 멈추지 않고 나아갈 때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걸음을 모두가 함께하면 참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편지의 끝을 맺어봅니다.
꽃이 만개한 걸 보면서 약간은 들뜨는 날이 이어지는데, 다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하루가 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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